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ۼ 고충석
ۼ 2018-07-20 ()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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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山水)의 사생법(寫生法)
산수(山水)의 사생법(寫生法)

우리나라의 회화사상(繪畵史上) 진경산수(眞景山水)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조선조 후기 겸제(謙齌) 정선(鄭敾 1676∼1759)에서부터 이다. 정선(鄭敾)은 수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그의 초년기와 중년기의 작품으로 생각되는 작품들 중에는 명대(明代)의 절파(浙派)나 원체파(院體派)의 영향을 받은 것들도 끼여 있으나 대부분의 것들은 남종화(南宗畵)계통의 화풍이나 또는 그것을 토대로 한 진경산수가 많이 있다.
정선(鄭敾)이 화가로서 역량을 발휘한 것은 그가 직접 여행하며 살펴본 우리나라의 산천(山川)을 소재로 삼아 그리는 이른바 ‘진경산수’이다. 그는 진경산수화에서 종래의 전통과 다른 자기만의 독특한 화풍을 이룩하였던 것이다.
사실상 우리나라의 실경(實景)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고려시대부터 유행되었는데 이녕(李寧)의 ‘예성강도⋅禮成江圖’나 ‘천수사 남문도⋅天壽寺南門圖’‘금강산도⋅金剛山圖’등 당시의 명소를 그린 작품들이 제작되었었고 조선조 초기에 이르러서는 화원들에 의하여 ‘한강유람도’‘⋅漢江遊覽圖’등이 제작되기도 했다.
겸제(謙齌)의 영향을 받은 강희언(姜熙彦)의 ‘인왕산도⋅仁王山圖’, 김윤겸(金允謙)의 ‘금강산도’ 최북(崔北)의 ‘표훈사도⋅表訓寺圖], 김응환(金應煥)의 ’헐성루도⋅歇性樓圖‘, 김석신(金碩臣)의 ’도봉도⋅道鋒圖‘, 정수영(鄭遂榮)의 ’청룡담도⋅靑龍潭圖‘등은 정선(鄭敾)의 영향이 현저하게 나타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8세기 후반부터 진경산수(眞景山水)를 그리는 화풍은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하였다.
중국(中國)의 청초(淸初)의 화가 석도(石濤)는 사생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捜盡奇鋒 打草稿’‘그리고자 하는 山川(奇峰은 산을 뜻하나 廣意의 해석은 山川)을 두루 답습하며 화첩(畵帖:草稿는 간략하게 메모하는 뜻)에 그려둔다.’ 이것은 사생을 함으로써 자아(自我)의 면목이 발전하는 것을 중시하였으며, 도한 산수(山水)를 사생하는 것은 산수화(山水畵)를 공부하는 사람에게 절대로 필요한 요건이며, 화가가 개인적인 품격으로 창작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이 사생이라는 것을 밝힌 것이다.
서양화(西洋畵)의 풍경사생은 고정된 시점(視點)에서 자연을 관찰함으로써 부채꼴의 시각(視角)에서 자연을 관찰함으로써 부채꼴의 시각(視角)으로 대자연의 일간(一角)만을 그리게 된다. 그러나 동양화(東洋畵)의 사생법은 이동시점(移動視點)에 의한 투시법이다. 북송(北宋)의 곽희(郭熙 1001∼1090)는 북송(北宋)시대의 여러 산수화(山水畵) 양식을 종합 완성한 사람으로 화론(畵論)에 밝아 ‘산수훈⋅山水訓’을 남겼는데 ‘山形步步移, 山形面面看’ ‘산을 그리려면 산을 두루두루 답사하면서 산의 면면을 관찰해서 산을 그려야 한다’고 했는데 이동시점(移動視點)의 투시법(透視法)을 밝힌 것이다.
정선(鄭敾)의 ‘금강산도’나 강희언(姜熙彦)의 ‘인왕산도⋅仁王山圖’는 고정시점이 아닌 이동시점이다.
동양화(東洋畵)는 선의 예술이다. 따라서 모든 자연의 표출은 이 선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선의 예술은 고정시각에서 바라보는 대상의 <리얼리티>가 아니라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시각에서 ‘느끼는(感動)’ ‘기(氣)’의 흐름을 형이상학적 선으로 표출(表出)한 것이다.
좋은 그림을 그리려면 ‘만리여행’을 하고 ‘만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한다. 이것은 동양화가(東洋畵家)가 갖추어야 할 ‘대자연의 기와 서권기(大自然의 氣와 書卷氣)’를 지칭한 것인 바 ‘대자연의 기’는 많은 사생(寫生)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것이다. 그림이 사진과 다른점은 감정을 지닌 인간이 자연을 보고 느끼거나 감동을 받아서 북돋아진 정신을 화면에 나타낸 것이다. 실제의 자연은 감정없는 물질이 우연히 모여있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그것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보는 사람의 감정작용에 의한 것이며, 사람마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양상도 각각 다르다.

대자연(大自然)의 기(氣)는 어떻게 생겼는가? 그 답은 ‘많은 사생을 통해서 얻어진다‘고 하였다. 처음 사생을 할 때는 누구든 실물처럼 그린다는 것에 매혹된다. 그러나 아무리 실물같아 보인다 하여도 껍데기만을 모방한 것이라면 호소력이 없다. ‘본다는 것’은 카메라 렌즈처럼 시점과 시각(視點, 視角)에 의존하는 감정없는 물리적 현상으로서의 시‘視’의 방법이 있다. 보는 이의 사상이나 생각에 따라 견해의 차이가 있는 ‘見’은 견학(見學)을 통하여 견문(見聞)을 넓힌다는 사상이나 학문적인 성격을 지닌 <見>의 방법이 있다.
철학적인 사고(思考)의 안목(眼目)으로 인생(人生)을 관조(觀照)하고 삼라만상 우주의 본질을 달관(達觀)하는 철학적 (觀)의 방법이 있다.
이렇게 ‘본다’는 것은 視⋅見⋅觀의 3단계가 있는데 ‘視’는 형이하학적인 것이요 ‘見’은 학문적인 것이며 ‘觀’은 철학적이며 형이상학적인 것이다.
산을 그리기 위하여 산골짜기며 산등성이를 타고 정상에 오라 산의 면면을 두루 ‘觀’함으로써 그 산의 ‘氣’를 파악하여 그릴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궁극의 창작 목표인 것이다. 이와 같이 산수를 그리는 것은 사생을 전제로 하는데
사생의 형식은 직접사생과 간접사생 그리고 묵사(黙寫)의 세 가지 방법이 있다.
(1) 직접사생(直接寫生) : 휴대하기 간편한 화구를 지참하여 현장에서 작품을 완성하는 방법이다. 그리고자 하는 실경을 반복하여 관찰하며 표현하기 좋은 것을 선택하여 먼저 목탄(木炭)으로 천천히 화면에 구도를 잡는다. 뜻에 맞았을 때 먹으로 그리기 시작하되 점, 선, 면(點⋅線,面)의 관계를 비교 운용(比較 運用)하며 그리기 (묘화⋅描畵)를 진행한다.
그림은 사생지의 선택이 중요하다.
사생의 목적은 해당 사생지의 산수와 풍물과 인정을 화폭에 담는 것이니 오래도록 자세히 관찰해야 하고 현장에서 느낀 감흥이나 대표적인 경물(景物)을 그리는 것이 좋다.
(2)간접사생(間接寫生) ; 명승지를 여행할 경우에는 어느 곳이 그리고 싶다고 하여도 시간이 없거나 직접사생을 할 수 없을 경우에 이용하기 쉬운 속사(速寫)의 방법으로 개괄적인 것만을 간단히 사생하였다가 화실에 돌아와서 속사한 초고(草稿)에 의거하여 다시 그리는 방법이다. 속사는 여러 점을 그릴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사생을 할 수 있지만 세밀한 관찰의 부족한 점이 단점이다.
(3) 묵사(黙寫) : 묵사는 동양화(東洋畫) 특유의 방식이다. 일반 서양화는 실경의 면(面)을 보고 면(面)을 그리는 것인데, 동양화는 형(形)으로써 정신(精神)을 그리는 것으로 사의(寫意)를 강조한다. 이는 물상의 내재적 성격과 정신을 추구하는 바 물상의 외형과 색채에 구애받지 않고, 그 형상의 특징과 성격을 충분히 파악하도록 심각하게 관찰하여 거기에 화가의 원하는 바 이상(理想)을 혼화(混和)하여 그리는 방법이다.
당(唐)의 현종(玄宗)은 오도현-(吳道玄, 吳道子: 690∼760⋅벽화를 많이 그렸으며 山水畵를 잘 그렸음. 吳道玄의 영향으로 청록산수파(靑綠山水波)인 이사훈(李思訓)이 나타나고 수묵파(水墨波)인 왕유(王維⋅摩詰)가 나타나 南⋅北宗으로 구분하게 됨)에게 <사천의 가릉강(嘉陵江)>300리를 한 폭의 그림으로 그리라고 명하였다.
오도현(吳道玄)은 가릉강(嘉陵江) 300리를 답사하고 현종에게 현신하였는데, 화첩도 없는 빈손으로 돌아왔다. 종(玄宗)은 화첩도 없이 빈손으로 돌아온 오도자(吳道子)를 보고는 자기의 명령을 어겼다 하여 진노하여 꾸짖었다. 그러나 오도자는 “臣無粉本, 幷記仼心”(“신에게는 사생한 화첩이 없으나 내 마음에 그려 담아 왔습니다.“)고 말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가릉강(嘉陵江) 300리의 대산수화(大山水畵)를 대동전벽화(大同殿壁畵)로 하루만에 완성함으로써 오도자(吳道子)야 말로 초인적인 <묵사능력(墨寫能力)>을 가진 화성(畫聖)이라고 중국(中國)의 회화사(繪畵史)에 기록(記錄)하고 있다.
사생에 필요한 용구와 재료는 휴대하기가 쉽고 간편한 것이 좋다. 사생 용구로 속사하기 편한 연필이나 붓펜, 혹은 수성 사인펜도 사용하기에 편리하다.
동양화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붓펜이라면 모필사생(毛筆寫生)의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좋다. 또는 작은 붓(毛筆)과 먹물을 가지고 나가기도 하는데 사생한 것을 완성하기 위해 색칠하기에 편리한 수용성 안료를 휴대하여도 좋다. 서양화의 수채화용 물감도 있지만 일본제품의 휴대용 동양화안료를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다. 직접사생을 위하여 야외용 이젤, 화판, 휴대용 물통 등을 구비하면 편리하다.
산수를 그리기 위하여서 명산대천만을 찾아다닌다고 좋은 작품이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그림의 올바른 기법과 수련을 쌓아감으로써, 자연을 대하여 내재된 실체를 파악하는 혜안(慧眼)을 가지게 되면 도처에 그림의 소재 아닌 것이 없게 된다. 평범한 풍경 속에서도 좋은 화재(畵材)를 도출해 내어 걸출한 작품으로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사생을 하는 목적은 대자연(大自然)을 스승으로 삼는 것이니 자연(自然)의 조화(造化)를 배우는 것으로 '밖에 있는 스승(仼外師)'이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지역마다 사생단체가 있어서 단체로 사생을 하러 다닌다. 개인적으로 사생을 나가는 것보다 비용도 적게 들어서 편리하다. 서울에 있는 모 사생 단체의 경우 매주 1회씩 사생을 하러 나간느데 사생지가 중복이 될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나는 거기 갔다 왔는데⋯“
“거기 그릴 것이 별로 없던데⋯”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이것은 자연의 겉만 보고 실체를 보지 못한데서 오는 것이며 작가적인 혜안(慧眼)을 갖지 못한 때문인 것이다. 또한 ‘자연의 조화’를 스승으로 삼지 못하는 건방진 생각인 것이다.
같은 산, 같은 강이라도 자꾸 볼 때마다 다른 것을 찾지 못한다면 작품으로 완성할 수도 없는 것이니, 반복된 관찰 뒤에 비로소 실체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의 조화(自然의 造化)는 화가에게 있어서는 스승이라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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